[기획탐방②] 서봉주(西鳳酒) 3,000년, 영혼의 향기를 찾아서
작성일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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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②] 서봉주(西鳳酒) 3,000년, 영혼의 향기를 찾아서
김만수 기자
승인 2026.08.17 11:46
- 분당신도시 넘어선 어마어마한 부지… 1만2000평 최대 박물관에 피어난 3천년 술 문화
- 청동기 속 고대 주액부터 거대한 '주해(酒海)' 숙성까지… 백주의 영혼 '홍서봉(红西凤)'으로 날아오르다
[중국 바오지 펑샹=김만수기자]중국 산시성 바오지시 펑샹구(陕西省 宝鸡市 凤翔区)에 위치한 서봉주 박물관과 주해 숙성 현장. 한국의 분당신도시보다도 거대한 생산 부지와 중국 백주 박물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 속에서, 3,000년 전 청동기 잔류 주액부터 세월이 숨 쉬는 거대한 싸리나무 숙성 용기 '주해(酒海)', 그리고 세계로 향하는 '홍서봉(红西凤)'까지 현장의 생생한 숨결을 담았다.
고대 주원(周原)의 붉은 흙이 품어낸 바람을 가르며 시안(西安)에서 차로 2시간여, 드넓게 펼쳐진 서봉주 생산 단지에 들어서자 도시 하나를 옮겨 놓은 듯한 장대한 스케일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축구장 500개를 아우르고 한국의 분당신도시마저 뛰어넘는 이 거대한 대지 위에서, 명주의 유산은 셔틀 전동차로 시설을 순례해야 할 만큼 끝없는 현대적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단지 안에 위치한 직원 1만 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초대형 식당 건물만 보더라도, 이 거대한 백주 제국이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인프라와 스케일을 직관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
이 거대 단지의 중심부, 약 1만2000평에 이르는 공간에 들어선 서봉주 문화박물관은 백주의 역사를 머금은 거대한 신전이다. 앙소문화의 흙빛 주기(酒器)부터 도자기 술잔에 이르기까지 전시장 곳곳을 채운 유물들은, 이 땅의 농경이 시작된 이래 곡물의 정수가 어떻게 인간의 영혼과 조화되었는지를 침묵 속에 읊조린다.
특히 1976년 푸펑현의 굳게 닫힌 청동기 '십삼년흥호'에서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본 연두빛 3,000년 잔류 주액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롯이 보존된 그 영롱한 이슬은 과거 왕실의 제례 현장으로 탐방진을 이끄는 시공간의 통로다. 이어 당·송의 시문이 새겨진 도자기와 청나라 황실의 하사품, 그리고 50년간 멈춤 없이 11만 톤의 대곡을 만들어낸 '공훈 제곡기'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기술 혁신이 나란히 숨 쉬는 장관이 눈앞에 피어난다.
하지만 서봉주의 진정한 신비는 박물관을 지나 다다르는 깊은 숙성고, 단연 '주해(酒海)'의 숲에서 완성된다. 어두컴컴한 창고 문이 열리자 코끝을 강렬하게 스치는 곡주의 은은한 발효 향과 함께, 높이 2.5m, 폭 1.7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 항아리들이 붉은 비단에 덮인 채 끝없이 도열해 있다.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주해의 스케일과 압도적인 중량감은 사전 자료로 접했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인문학적 미학 그 자체였다.
항아리 하나당 5톤에서 8톤에 이르는 거대한 주액을 품어내는 이 주해는 단지 술을 담는 용기를 넘어 스스로 호흡하는 생명체다. 산시성의 싸리나무 가지를 정교하게 엮어 만든 외형에 찹쌀풀, 계란 흰자, 동물의 피, 면포, 한지를 수십 겹 바르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이 비전의 기법은, "물은 새어나가도 액체인 술은 단 한 방울도 새지 않는" 기묘한 물리적 신비를 자랑한다. 그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주해 제작 기술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단지 안을 가득 채운 3,000여 개의 주해 속에서 갓 증류된 투박한 원액은 수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숨을 쉬며 독자적인 '봉향형(凤香型)'의 오묘한 정수로 다듬어진다. 청향의 맑음과 농향의 깊이를 모두 끌어안은 그 풍미는 주해의 숨결을 거치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 깊은 울림의 유산은 이제 '홍서봉(红西凤)'이라는 고결한 붉은 날개를 달고 세계의 지평으로 향한다.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포럼과 문화 행사에서 동양의 멋을 알리는 상징이 된 서봉주. 시음 잔에 담긴 맑은 액체를 한 모금 넘기는 순간, 과일과 꽃의 화사한 향이 잔잔하게 피어나고 목 끝을 스치는 상쾌한 여운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설가 천중스(陳忠實)가 그의 명문 《서봉잠사(西鳳箴詞)》에서 나지막이 읊조렸듯, 수많은 왕조는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화려했던 역사마저 마침내 차가운 먼지 속에 묻히지만, 오직 이 한 줄기 신비로운 샘물 같은 술만은 수천 년의 시간을 흘러 여전히 달콤하고 상쾌하게 살아 숨 쉰다. 서봉주 한 잔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저 아득한 시공간의 역사를 마시는 것이요, 먼 옛날 비바람을 뚫고 지나온 이 민족의 낭만적인 신화를 마시는 일이다. 수천 년 전 하늘에 바치던 첫 잔의 거룩함에서 시작된 그 오롯한 이슬은, 오늘 밤도 전 세계인의 잔 속에서 붉은 봉황의 실루엣으로 부활하고 있다.
김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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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기자
승인 2026.08.17 11:46
- 분당신도시 넘어선 어마어마한 부지… 1만2000평 최대 박물관에 피어난 3천년 술 문화
- 청동기 속 고대 주액부터 거대한 '주해(酒海)' 숙성까지… 백주의 영혼 '홍서봉(红西凤)'으로 날아오르다
[중국 바오지 펑샹=김만수기자]중국 산시성 바오지시 펑샹구(陕西省 宝鸡市 凤翔区)에 위치한 서봉주 박물관과 주해 숙성 현장. 한국의 분당신도시보다도 거대한 생산 부지와 중국 백주 박물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 속에서, 3,000년 전 청동기 잔류 주액부터 세월이 숨 쉬는 거대한 싸리나무 숙성 용기 '주해(酒海)', 그리고 세계로 향하는 '홍서봉(红西凤)'까지 현장의 생생한 숨결을 담았다.
고대 주원(周原)의 붉은 흙이 품어낸 바람을 가르며 시안(西安)에서 차로 2시간여, 드넓게 펼쳐진 서봉주 생산 단지에 들어서자 도시 하나를 옮겨 놓은 듯한 장대한 스케일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축구장 500개를 아우르고 한국의 분당신도시마저 뛰어넘는 이 거대한 대지 위에서, 명주의 유산은 셔틀 전동차로 시설을 순례해야 할 만큼 끝없는 현대적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단지 안에 위치한 직원 1만 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초대형 식당 건물만 보더라도, 이 거대한 백주 제국이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인프라와 스케일을 직관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
이 거대 단지의 중심부, 약 1만2000평에 이르는 공간에 들어선 서봉주 문화박물관은 백주의 역사를 머금은 거대한 신전이다. 앙소문화의 흙빛 주기(酒器)부터 도자기 술잔에 이르기까지 전시장 곳곳을 채운 유물들은, 이 땅의 농경이 시작된 이래 곡물의 정수가 어떻게 인간의 영혼과 조화되었는지를 침묵 속에 읊조린다.
특히 1976년 푸펑현의 굳게 닫힌 청동기 '십삼년흥호'에서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본 연두빛 3,000년 잔류 주액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롯이 보존된 그 영롱한 이슬은 과거 왕실의 제례 현장으로 탐방진을 이끄는 시공간의 통로다. 이어 당·송의 시문이 새겨진 도자기와 청나라 황실의 하사품, 그리고 50년간 멈춤 없이 11만 톤의 대곡을 만들어낸 '공훈 제곡기'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기술 혁신이 나란히 숨 쉬는 장관이 눈앞에 피어난다.
하지만 서봉주의 진정한 신비는 박물관을 지나 다다르는 깊은 숙성고, 단연 '주해(酒海)'의 숲에서 완성된다. 어두컴컴한 창고 문이 열리자 코끝을 강렬하게 스치는 곡주의 은은한 발효 향과 함께, 높이 2.5m, 폭 1.7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 항아리들이 붉은 비단에 덮인 채 끝없이 도열해 있다.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주해의 스케일과 압도적인 중량감은 사전 자료로 접했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인문학적 미학 그 자체였다.
항아리 하나당 5톤에서 8톤에 이르는 거대한 주액을 품어내는 이 주해는 단지 술을 담는 용기를 넘어 스스로 호흡하는 생명체다. 산시성의 싸리나무 가지를 정교하게 엮어 만든 외형에 찹쌀풀, 계란 흰자, 동물의 피, 면포, 한지를 수십 겹 바르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이 비전의 기법은, "물은 새어나가도 액체인 술은 단 한 방울도 새지 않는" 기묘한 물리적 신비를 자랑한다. 그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주해 제작 기술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단지 안을 가득 채운 3,000여 개의 주해 속에서 갓 증류된 투박한 원액은 수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숨을 쉬며 독자적인 '봉향형(凤香型)'의 오묘한 정수로 다듬어진다. 청향의 맑음과 농향의 깊이를 모두 끌어안은 그 풍미는 주해의 숨결을 거치며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 깊은 울림의 유산은 이제 '홍서봉(红西凤)'이라는 고결한 붉은 날개를 달고 세계의 지평으로 향한다.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포럼과 문화 행사에서 동양의 멋을 알리는 상징이 된 서봉주. 시음 잔에 담긴 맑은 액체를 한 모금 넘기는 순간, 과일과 꽃의 화사한 향이 잔잔하게 피어나고 목 끝을 스치는 상쾌한 여운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설가 천중스(陳忠實)가 그의 명문 《서봉잠사(西鳳箴詞)》에서 나지막이 읊조렸듯, 수많은 왕조는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화려했던 역사마저 마침내 차가운 먼지 속에 묻히지만, 오직 이 한 줄기 신비로운 샘물 같은 술만은 수천 년의 시간을 흘러 여전히 달콤하고 상쾌하게 살아 숨 쉰다. 서봉주 한 잔을 마신다는 것은, 결국 인간이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저 아득한 시공간의 역사를 마시는 것이요, 먼 옛날 비바람을 뚫고 지나온 이 민족의 낭만적인 신화를 마시는 일이다. 수천 년 전 하늘에 바치던 첫 잔의 거룩함에서 시작된 그 오롯한 이슬은, 오늘 밤도 전 세계인의 잔 속에서 붉은 봉황의 실루엣으로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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